음원 저작권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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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박국
출판사
발행연도
2020.10.03
상태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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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 투자할 만할까? 저작권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상품 가치를 파악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주식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차트 그래프부터 수많은 수치와 언론 기사, 재무제표 등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이 노래방 애창곡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만약 대상이 아이돌 그룹이라면 그들의 팬덤이 매일같이 ‘스밍’을 한다는 사실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음악 저작권은 조금만 관심 있다면 쉽게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를 그저 소비하는 것과 일부라도 나눠 갖는 건 다르니까. 후자 쪽이 보다 긴밀하고 밀접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곡의 저작권은 보통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만큼 큰 수익을 바라기는 어렵지만 자투리 돈을 묵히지 않고 정기적인 수익 실현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말 큰 수익을 원한다면 그만큼 많은 저작권을 사면 된다. "저작권 투자의 장점은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상품 가치를 파악하기 쉽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가의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한 의미다." 나는 소위 음악 일을 하고 있다. 인디 레이블을 운영하며 음반을 제작하고, 지금 보고 있는 글을 비롯해 음악 산업과 K팝에 관한 칼럼을 쓴다.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다. 펀드, 주식, 해외 주식, P2P,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봤고, 쓴맛과 단맛을 모두 맛봤다. 그렇다면 정보도 빠르고 투자에도 관심 있으니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도 투자해본 경험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 투자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이유는 투자 상품의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에서 저작권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잠시 살펴보자. 한국에서 저작권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곳은 2군데다. 오래전부터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돼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2014년에 생겨난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다. 이 2곳에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한다. 방탄소년단처럼 전 세계에서 이익을 거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같은 곳이나 작곡가를 중심으로 곡을 판매하는 회사에서는 직접 퍼블리싱 회사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수입은 작사·작곡가가 신탁 관리 단체에 모든 권한을 위임하고, 퍼블리싱 회사는 ‘이용촉진계약’으로 작사·작곡가의 저작권료를 분배받아 관리한다. 저작권료 수입은 음악이 들리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발생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방송, 노래방, 공연 그리고 일부 음식점이나 카페에서까지. 문장으로 정리하면 단순해 보이지만 현실로 들어가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나는 음악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저작권이 어떻게 징수되고 분배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를 보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징수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고, 그나마 공개된 방법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래 음악 저작권은 관리하기 어렵다. 음악은 너무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이를 일일이 모니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작권협회는 최대한 모니터 시스템을 갖추고 합리적으로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분배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2014년에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가 생기기 전 거의 독점으로 한국의 모든 저작권을 관리해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방만한 운영과 이해할 수 없는 출처의 비용 사용, 그 외 외부로 드러난 비리로 많은 음악가에게 신뢰를 잃었다. 이제 두 단체가 경쟁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저작권 수입 중 꾸준히 증가하는 음원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음원 수입이 어떻게 징수돼 어떻게 분배되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뿐더러 이를 이용한 서비스사의 꼼수도 만연하다. 가입은 했지만 사용하지 않는 미사용자의 이용료를 정산에서 제외해 낙전 수입으로 삼아 문제가 되기도 했고, 소규모의 팬을 가진 인디 음악의 경우 소비자가 아무리 음악을 들어도 사용료가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에 알려지기도 했다. 거기에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에서 가짜 회사를 만들어 제대로 정산되지 않는 금액을 횡령했다는 사실은 많은 음악가에게 충격을 안겼다. 또 다른 불안정성은 서비스 자체에 있다. 저작권 공유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저작권은 저작권이 아닌 채권이다. 저작권료를 협회에서 직접 분배받는 게 아니라 서비스사가 분배받은 저작권료를 재분배받는 형태다. 만약 서비스사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권리 역시 날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70년 동안 보존되는 권리다. 사후 70년이 지날 가능성과 그 전에 서비스사가 사라질 가능성 중 어느 게 더 높을까? 이건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이런 불안전성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공유 플랫폼은 듣는 음악에서 참여하는 음악으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은 서비스라 생각한다. 매일 코카콜라를 마시는 최대 주주 워렌 버핏처럼 적어도 음악에 투자하는 이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는 음악을 사랑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투자 상품의 불안정성은 단순히 플랫폼의 불안정성이기보다 한국 음악 산업의 불안정성이기도 하다. 음악을 사랑하고 관심 두는 이가 많을수록 불안정성이 사라질 가능성도 클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자. 모든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가 진다. 비록 그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향한 것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