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Masterpiece
꽤 오래 전부터 나는 '명반 딱지'라는 것에 의문이 있었고 그것은 내 한 켠에 남아있었다. 나에게는 별 의미를 가지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이 꽤 의미있게 작동한다는 것을 알았고 불편했다. 그리고 최근에 이 부분들이 나에게 좀 크게 다가왔는데 크리에이터 경제가 오고 코로나가 닥치다보니 많은 아티스트와 기업들이 유튜브를 열게 되었고 콘텐츠는 쏟아졌다.
그 중 멜론에서 진행하는 '본인등판'이라는 콘텐츠 또는 유사한 콘텐츠를 꾸준히 보고 있으니 아티스트가 명반 딱지에 대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 종종보였고 아티스트들은 하나 같이 어떻게 선정되는지 알지 못했고 이 앨범도 명반인데 안붙어있다거나 붙여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보였다.
먼저 '명반 딱지'가 뭔지부터 설명하면 멜론에서 앨범아트 좌측 상단에 [명반]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멜론 내부적으로 선정된 기준에 부합하면 해당 딱지가 붙는데 공식적인 선정 방식을 공지한 적은 없다. 그렇다보니 리스너와 팬들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좋다고 느끼는 앨범에 명반딱지를 붙여달라고 말하고 아티스트도 이에 대해 알고 있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평론가를 중심으로한 선정위원들이 뽑는 '명반' 또는 '명곡'도 있는데 이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함께 다루고 있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명반딱지와 명반 선정으로 분리해 쓰도록 하겠다.
나는 지금과 같은 '명반' 또는 '명곡'을 선정하는 시스템이 정말 필요하고 권위를 충분히 가지고 있고 리스너에게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짙다. 음원차트처럼 누군가가 만드는지, 어떻게 선정되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보단 권위만 취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관심이 적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이, 노래가 속해 있는지 중요하지 어떤 방식으로 귄위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적다. 아니, 아예 모르는 이도 대부분일 것이다.
이미 음원스트리밍 플랫폼 내 차트가 존재하고 있고 차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시간대별, 월별, 연도별, 시대별 등 다양한 차트를 제공하고 맞춤 형태의 차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음원플랫폼마다 선정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계를 내는 유저가 존재한다. 어뷰징을 이유로 정확한 차트선정 기준을 제공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이 부정적으로 돌아간다면 잘못 되었다고 말할 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차트를 곡해하고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미 음원플랫폼은 이에 대해 허수 데이터를 제거하거나 제한을 두고 있다. 음원플랫폼이 완벽하게 잘하고 있다고 못하고 나역시 열심히 비판하지만 차트라는 데이터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명반 선정기준은 데이터를 기준하는 것도 아니고 선정위원 중 평론가가 상당수이거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기계적인 것이 분명 예술적인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허점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누군가의 음악이라는 것이 결국 주관적인 감상인데 '명반' 또는 '명곡'이라는 라벨링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표본 수도 적을 뿐더러 하나의 직군에 많이 몰려있고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게 그냥 선정한 이들끼리 이야기하고 말면 모르겠는데 음원사이트랑 함께하고 언론사와 함께해 보도되고 연동해 사용된다. 명반이라 라벨링하고 메인에 노출시켜 보여주는 형태여야 하는지 '관계자가 선정한 한국음악 100곡'으로 플레이리스트만 만들면 되는 것은 아닌지.
어떤 해외 음원스트리밍 플랫폼 내 차트에도, 인디음악 독립음악만 다루는 곳도 이렇게 플랫폼사가 주체적으로 명반을 라벨링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명반딱지를 붙이는 것도 모자라 이번엔 명곡을 선정했다며 팝업을 띄워 소개한다. 다양한 음악을 다루고 독립 아티스트가 존재하고 활동하는 공간에서 이러한 것이 꼭 필요하며 의미가 있는 것인가? 제대로 한 번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소개를 하고 마케팅을 했던가? 그들을 위해 데이터를 제대로 공개를 했었나? 자체콘텐츠도 인기가 있거나 신예로 떠오르는 이들이지 않나.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고 그 과정은 각각 다르며 언제 떠오를지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몇 몇의 리스너들은 명반딱지에 연연하고 있고 명반딱지가 있니 없니 말한다. 지금 어떤 반응인지 보라. 누가 명반이라고 정해줘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 명반이면 명반인 것이고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추억이 담기면 그것이 곧 명반이다. 명곡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선정방식이면 결국 호불호가 갈리는 곡들은 평가가 갈리는 곡들은 불리한 지점에 놓인다. 왜 누군가의 창작물에 라벨링하면서 좀 더 섬세하지 못한지 왜 이것은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씁쓸하다. 정말 이런 방식이 필요한지, 음악 소비 문화에 긍정적인지 물어야한다. 정말 이러한 라벨링이 필요하다면 다른 기준도 함께 제공되어야 하지 않나. 한터차트 크라운달성도 붙이고 가온차트 인증도 라벨링해 붙이던지.
지금과 같은 명반 프레이밍이 싫다. 명반딱지도 다떼고 이러한 앨범 또는 곡에 붙은 라벨을 다 걷어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누군가 권위를 위해 가져다 쓰는 단어가 아니라 리스너가 주관적으로 쓸 수 있는 용어로 남아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선정하는 이가 충분히 권위를 가지면 뛰어난 안목이 있으면 믿고 들으면 되는 것이다. 아티스트가 명반이 뭐냐고 어떻게 붙는거냐고 하는 말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2021년 8월 27일 Ambler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