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밴드 씬의 결정적인 차이
역대급으로 긴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오래 전부터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입니다.
분명히, 저의 소견의 중심적인 이야기, 핵심적인 주제가 될 것인데,
이번 기회에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것은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그 차이로 인해 한국과 일본의 밴드씬이 각각 다른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1) 한국은 밴드를 포함한 대중음악의 중요한 시장이 ‘행사’입니다.
‘행사’는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대기업, 학교의 예산으로 집행되며, 출연 아티스트의 개런티는 예산에서 나옵니다.
2) 일본과 미국은 대중음악의 중요한 시장은 ‘공연’입니다.
‘공연’은 관객들의 티켓 매출에서 수익이 발생합니다.
물론 세세하게 들어가면 행사나 공연에 외부 협찬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 구분하면 위와 같습니다.
1)은 행사 또는 우리 나라의 사정
2)는 공연 또는 일본/미국의 사정을 분류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90년대까지의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가수, 아티스트의 주요 수입원은 밤무대였다고 합니다.
밤무대나 클럽에 하우스 밴드나 고정 출연 가수로 계약하여 출연하여 해당 업체로부터 출연료를 받습니다. 인기있는 가수나 밴드의 경우 하룻밤에 당시 금액으로 수 백에서 수천만원을 받기도 했다고 하며, 하룻밤에 여러 곳의 밤무대를 순회하며 공연하고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21세 들어 ‘행사’로 전환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행사가 있었겠지만, 2000년대 들어 대중음악 시장의 중요한, 아니 핵심적인 수입처가 됩니다.
밤무대는 하우스 DJ가 상주하거나 게스트 DJ가 출연하는 클럽의 형태로 남았습니다.
밤무대 또는 행사에 출연하거나, 출연료를 많이 받기 위해서는 TV, 라디오 등의 매체에 출연하여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했고, 따라서 방송국이 대중음악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강력했습니다.
1) 행사는 아티스트나 소속사무소에게 집객의 리스크가 없으며, 관객들도 무료 또는 상당히 저렴한 금액으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매니지먼트의 능력은 행사를 얼마나 많이 잡아올 수 있느냐로 판단되기도 했습니다.
2) 일본이나 미국은 한국과 같이 많은 행사가 없으며, 아티스트의 주요 수입은 레코딩 음원과 공연을 통한 수익입니다. 미국에서는 라이트 티켓과 헤비 티켓을 구분하는데, 헤비 티켓의 판매에 사활을 겁니다. 라이트 티켓은 여러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페스티벌 같은 이벤트이고 헤비 티켓은 단독 공연입니다.
공연은 티켓 판매가 부진하면 수익은 커녕 적자가 되기 때문에 아티스트나 사무소, 공연 제작사는 집객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합니다.
1) 행사는 아티스트와 사무소에 매우 중요한 수입처입니다만,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 모든 아티스트가 출연하고 싶어 합니다.
유명 기획사 소속의 아이돌이나 아티스트는 아직 팬이나 팬덤이 생기기 이전, 데뷔 직후부터 행사에 출연할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아이돌이나 가수는 하루에도 몇 개씩의 행사에 출연하는 스케줄을 가지기도 하며, 20분에 수천 만원의 출연료를 받기도 합니다.
2) 현재 한국에는 유료 공연으로 300명 이상을 동원할 수 있는 밴드가 드뭅니다.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가능할 수도 있으나, 레코딩, 공연 제작비 등을 충당하고 사무소 운영비, 인건비, 아티스트의 수익을 확보하려면 상당히 자주 단독공연을 해야하고(캐퍼시티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수십 여회), 또 성공시켜야 합니다.
홍대의 라이브클럽에서 3만원 티켓을 300명에게 팔았다고 하면 900만원입니다. 여기서 대관료와 장비 렌탈비를 비롯해 여러 가지 비용을 제외하면 밴드에게 가는 금액은 많지 않습니다. 매니저와 밴드 멤버 수 만큼 배분하면 매우 약소한 금액이 됩니다.
1) 한국의 ‘행사’는 출연자에게는 단독공연에 비하면 리스크가 전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이고, 관객에게도 티켓 구매의 부담이 없거나 매우 적습니다.
2) 단독공연의 티켓은 상대적으로 고가이고, 무료로 볼 수 있는 단독 공연은 매우 드뭅니다.
1) ‘K-POP 뮤직 비즈니스의 이해’ (유동길, 2015년 1쇄)를 보면 ‘가장 큰 수입원은 행사이다….기업이나 지역 축제 등 행사요청이 들어온다. 출연할 때마다 3-4곡을 부르고 수백-수천만원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스케줄이 허용하는 한 많은 행사에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공연은…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축제이자 선물로서의 의미가 있는 활동이다. 실제 공연 매출인 티켓 수입만을 통해서는 수익이 거의 생기지 않고, MD 상품을 통해 수익을 거둔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2) 일본도 클래식 음악이나 전통 음악, 엔카(트로트) 가수들의 ‘행사’는 있으나, 일반 J-POP 아티스트나 밴드가 출연하는 행사는 거의 없거나 극히 적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기획사나 아티스트는 단독공연의 티켓 판매(+굿즈)에 매진하게 됩니다.
1) 행사는 밴드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음악의 모든 뮤지션, 아이돌, 밴드가 출연하고 싶어합니다. 따라서 출연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밴드의 경우 음향 및 장비가 행사 현잔에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진 곳도 밴드 사운드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USB 하나면 MR(또는 AR)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힙합, 트로트, 가요, 아이돌에 비해 불리한 면이 많습니다. 즉, 밴드 음악의 구성과 본질적인 특성으로 인해, 아이돌, 힙합, 가수에 비해 경쟁력이 약합니다.
2) 단독공연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대관료, 각종 렌탈비와 함께 무대 제작등의 제작비용과 스태프 인건비, 티켓 관련 수수료 등이 소요되며, 티켓 매출이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하면 그대로 손실, 적자를 안게 됩니다.
1) 대형 스타나 인기 아이돌의 경우 섭외 1순위가 되겠고, 많은 행사로부터 출연 요청이 쇄도하겠습니다만, 원칙적으로 출연진의 선정은 행사 주최측에 있습니다. 인기가 없는 아티스트는 많은 출연료는 고사하고 적은 출연료라도 출연 자체가 중요하게 됩니다. 즉, 행사 출연의 원천적인 권한은 주최측이 가지고 있고, 행사를 많이 끌어와 스케줄을 채울 수 있는 것이 매니지먼트, 소속사의 중요한 업무가 됩니다.
2) 단독공연은 아티스트, 즉 밴드가 가장 큰 권한을 갖습니다. 공연의 주최인 사무소나 공연제작사는 아티스트와 관객 이외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습니다.
1) 행사에서 히트곡이 없는 밴드나 아티스트는 커버 곡이나 인기곡을 연주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자신들의 오리지널 곡보다 다른 이의 곡을 더 많이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종종 이러한 세트리스트의 압력을 주최측으로부터 받기도 하며, 아티스트 스스로 사전에 커버곡을 세트리스트에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2) 단독공연을 하는 밴드는 자신들의 오리지널곡으로 세트리스트를 구성합니다. 간혹 커버곡(앨범에 수록된 경우가 많음)을 연주하거나 자신들의 롤모델인 밴드의 곡을 연주하기도 합니다만, 세트리스트는 아티스트, 밴드의 고유의 권한입니다. 누군가(?)가 밴드에게 커버곡을 세트리스트에 넣으라고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며, 아티스트에게 극히 모욕적인 일로 간주됩니다.
1) 대부분의 행사에는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 아이돌이 출연합니다. 밴드는 본의 아니게 한 무대에서 그들과 경쟁하게 되는데, 음향 등의 장비가 밴드에게 불리한 경우가 자주 있고, 퍼포먼스가 뛰어난 아이돌에게도 밀릴 수 있습니다.
2) 단독공연은 보통 같은 장르의 밴드와 경쟁하거나, 유사한 취향을 가진 관객을 놓고 경쟁합니다.
오프닝 게스트 밴드를 두기도 하지만, 단독 공연 무대 자체에서 누군가와 경쟁하지는 않습니다.
1) 행사의 관객은 주최측이 모집한 이들이며, 행사의 성격(지역 축제, 기업 행사, 학교 축제)에 따라 관객 구성이 결정됩니다.
2) 단독공연의 관객의 절대 다수는 해당 밴드의 팬입니다.
1) 이러한 한국적인 특징 때문에 록페스티벌 조차 ‘행사’로 취급됩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있어
록페스티벌과 지역 축제 행사의 차이가 희미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록페스티벌은 티켓을 발매하기도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의 록페스티벌 티켓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며, 대부분 해당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습니다.
출연 밴드는 스스로 집객의 리스크를 가지지 않으며, 출연료를 받습니다.
2) 일본이나 미국의 페스티벌은 헤비티켓(단독공연)에 비해 라이트티켓으로 구분됩니다만, 많은 출연료를 받고 실제로 집객의 많은 부분을 끌어오는 헤드라이너 이외의 출연 밴드에게는 출연료 수입외에도 이후 단독공연의 성공을 위한 쇼케이스, 프로모션의 성격을 띕니다. 특히 영향력있는 유명 페스티벌의 경우는 출연 이전과 출연 이후의 밴드가 경험하는 현실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유력 페스티벌에 자주 출연할수록 이후 단독공연의 집객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1) 행사 (또는 대부분의 한국의 페스)의 출연 여부가 이후, 밴드의 공연의 집객에 주는 영향이 매우 미약합니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행사 참가인원이(학교 축제의 경우 학생) 해당 밴드의 팬이 되어 다음 주의 밴드의 공연을 예매하고 참가하는 일은 전혀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미미합니다. 일부 라이트 팬은 생길수도 있으나, 헤비 팬이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2) 일본이나 미국의 페스티벌은 라이트 팬을 헤비 팬으로 변화시키는데에 좋은 기회입니다.
1) 행사는 이제 막 데뷔한, 싱글 1매 정도를 발매한 아이돌이나 가수, 밴드도 출연할 수 있습니다.
2) 단독공연은 90분에서 120분 가량의 런닝 타임으로 진행되므로 오리지널곡이 충분하지 않은 밴드는 단독 공연을 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아이돌 BiSH와 같이 한 곡만을 13번 부른 단독 공연도 있습니다만)
1) 3-4곡을 부르거나 커버곡을 포함해서 연주하는 행사를 많이 출연하면 적은 수에 곡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2) 단독공연을 1년에 수 십여 차례 진행하면 12-20곡에 이르는 오리지널 곡에 익숙해집니다.
1) 행사 또는 행사와 비슷한 한국의 페스티벌에서는 MD를 판매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페스티벌에 매대가 마련되어 있어도 아티스트 측에서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2) 단독공연에서 MD 판매는 필수입니다.
1) 행사의 관객은 행사의 주최측이 모은 관객인 경우가 많습니다.
2) 단독공연의 관객은 아티스트, 밴드가 모은 관객입니다.
1) 행사 출연료는 예산에서 집행되므로(페스의 경우에도 지자체 등의 지원금이 큰 비중), 출연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2) 단독공연은 집객에 실패하면 수익은 커녕,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1) 행사 스케줄은 출연자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 주최측이 정합니다.
2) 단독공연 스케줄은 아티스트측이 정합니다.
1) 한국의 대부분의 록페스티벌은 (행사처럼) 정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없으면 진행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2) 일본의 페스티벌 중 후지록 페스티벌은 환경 오염, 소음 등의 민원으로 초기에 베뉴를 여러 번옮겼습니다. (도쿄 오다이바에서 한 적도 있음)
지자체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한국의 페스와는 달리, 후지록 페스티벌은 이산화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에 대한 보상으로 지역에 지원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지역 NGO 등을 위한 시설을 페스티벌 내에 운영하고 가장 큰 그린스테이지의 세트체인지 시에 NGO, 환경 단체 등의 사업 소개를 하기도 합니다.
1) ‘행사’시장이 한국의 대중음악 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대하므로, 행사 관련 업체가 3만개, 인원이 10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들 업체는 정부, 지자체, 기업, 학교 등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업체입니다. 그들의 갑은 행사 주최자가 됩니다.
그들은 ‘행사’를 수주해서 일하고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를 서포트해야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밴드와의 커뮤니케이션 에러나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일본의 공연 업체는 ‘행사’가 아닌 ‘단독공연’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갑은 아티스트, 밴드측이며, 실제로 많은 경우에 특정 밴드의 레귤러 음향팀, 조명팀처럼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내 공연은 물론 해외 공연에도 동행하기 때문에 얼핏 한 회사 소속으로 보일 정도로 친밀하며, 해당 아티스트의 음악과 음향, 장비, 조명, 효과 등에 정통합니다.
1) 행사는 출연진의 자유로운 연출이나 진행이 불가능합니다.
레코딩 등 아티스트의 다른 주요 활동과의 연계가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2) 단독공연을 자주 진행하려면 지루해지지 않도록 연출과 구성에 변화를 줘야하며, 공연, 투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곡 레코딩 작업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공연과 음반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입니다.
1)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역시 많은 경우에 기존의 ‘행사’에 투여되었던 예산이 투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의 밴드는 고정팬이 거의 없거나 적기 때문에 실제 조회, 시청하는 이들이 많지 않고, 유료 온라인 라이브도 BTS나 SUPER M 같은 대형 아이돌을 제외하면 수익을 크게 발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시시청자가 아닌, 전체 조회수를 시청자수로 속여 동원을 가장하기도 합니다. 동원인원수가 많다면 주최측(정부 지자체)로부터 더 많은 예산을 받아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일본은 단독공연 및 투어를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온라인 라이브에도 기존의 팬들의 참여가 활발합니다. 수십 만명, 수 만명의 동시시청자가 동원됩니다. 그러나, 온라인 라이브의 제작비용을 (기존의 공연제작비 + 영상 관련 비용) 아티스트측이나 공연제작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은 많지 않은 경우도 흔합니다.
1)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이후, 언텍트 시대의 공연에 관한 여러 가지 논의도 ‘행사’ 즉, 예산을 통해 제작되는 공연 위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2) 일본에서는 밴드, 제작사 주최의 단독공연의 연장선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행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과 ‘공연’을 중심으로한 일본의 시장을 비교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비교는 여기까지만 하고, 각각 다른 현상이 어떤 차이를 발생시키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한국의 K-POP 아이돌은 한국의 이런 시스템, ‘행사’ 시장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습니다.
인지도나 팬덤이 형성되기 이전부터 행사에 출연하여 수익을 올려 투자 비용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활동 기간 내내 국내에서는 행사 출연에 집중하며, 단독공연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돌의 경우 활동 4년 동안 수많은 행사와 쇼케이스, 팬미팅을 진행한 후, 4년차에 단독공연을 한 차례 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행사에 집중하고, 단독공연이나 투어는 일본 등 해외에서 합니다.
밴드의 경우는 아이돌이나 힙합 등에 비해 행사 출연을 자주 할 수 없고, 상대적으로 출연료도 많지 않지만 단독공연의 리스크보다는 행사 출연을 선호하고, 수입원을 만듭니다.
그러나, 행사 출연을 통한 현금 흐름 하에서 해외에서 단독공연,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진 이들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행사의 무료 또는 저렴한 티켓 가격은, 티켓을 구매하여 공연을 본다는 의식을 희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은 공연은 반드시 티켓을 구입해서 보는 것이므로, 대중들은 유료 공연, 티켓 구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예전의 밤무대에 이은 행사 시장의 활성화는 어떤 무대건 출연을 하면 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의식을 만들었습니다. 간혹 저렴한 출연료나 무료 출연을 제시하는 지자체나 기업에 대해서는 ‘열정페이’등의 이슈로 비난하는 것이 상식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의식은(출연을 했으니 돈을 받아야 한다) 홍대 클럽 공연에서도 나타나며, 출연진이 집객에 책임과 리스크를 지지 않는 밤무대/행사의 특성에 따라, 라이브클럽이 관객을 모와야지, 왜 아티스트가 관객을 모와야 하느냐는 의식을 만들었습니다.
즉, 집객의 책임과 리스크를 아티스트 측이 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일본의 경우 라이브하우스는 단독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단독공연 이전의 기획 공연(4-6팀)에도 아티스트가 집객의 책임과 리스크를 가집니다. 노르마(할당량)가 바로 그것이며, 라이브하우스는 이후의 단독공연 투어로 이어지는 밴드 활동의 시작이자, 중요한 지점, 수익 창출이 걸려 있는 핵심적인 공간이 됩니다.
따라서 밴드는 라이브하우스(홍대의 라이브클럽)의 집객, 관객 동원에 책임을 갖고 최선을 다합니다. 초기에는 가족, 친구, 친지, 직장 동료들이 티켓을 구매하는 일이 자연스럽고, 어떻게든 공연장을 채우기 위해 애씁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밴드는 가족, 친구, 친지, 직장 동료를 공연에 부르는 일도 흔치 않으며, 초대하는 경우에도 그들에게 티켓 구매를 요청하기 보다는 무료 입장의 혜택을 줍니다. 그리고 그 무료 입장에 대해 클럽이 아티스트에게 청구하지도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누군가를 무료로 초대했다면, 그 사람의 티켓을 밴드, 아티스트측이 대신 지불한 것입니다.
1) 한국에서는 아티스트가 누군가의 예산으로부터 수익을 얻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다른 가수의 세션(레코딩, 라이브)을 하고 세션료를 받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2) 일본에서는 현재 자신의 이름, 자신의 밴드로 활동하는 뮤지션이 다른 아티스트의 세션(콜라보레이션이나 피쳐링이 아닌)에 참가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감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밴드 활동으로 수입이 충분하지 않아서 돈을 벌기 위해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1) 한국에서는 현재 활동중인(밴드를 그만두거나 은퇴하지 않은) 아티스트나 밴드가 레슨을 하는 것에 대해 전혀 부정적이지 않고, 뮤지션으로서의 유익한 수입으로 간주합니다.
2) 일본에서는 현재 활동중인 밴드나 뮤지션이 레슨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활동 중에 지속적인 기량 향상을 위해서 레슨을 받는 경우는 많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음악 활동을 그만두거나, 세션 밴드(아이돌의 라이브 세션등)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레슨을 합니다.
즉, 레슨 활동을 밴드 활동, 음악 활동과 병행하는 일이 극히 드뭅니다. 물론 활동중인 뮤지션 중에서 40-50대에 이르러 수입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레슨을 하기도 합니다.
간혹 세계적인 지명도의 플레이어가 연주 세미나와 같은 공개 레슨을 이벤트로 하기도 하지만, 20-30대 아티스트가 따로 시간을 내어 레슨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 시간에 관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으려고 애쓴다는 것이 맞겠습니다.
레코딩과 라이브, MD와 FC를 통해 밴드 활동, 뮤지션 활동의 수입을 얻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홍대의 클럽에서 일본과 같은 노르마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하면, 우리나라의 밴드는 납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차이를 살펴보셨으면 일본의 밴드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셨으리라 봅니다.
이러한 차이가 한국과 일본 밴드, 뮤지션의 각기 다른 마인드, 의식, 태도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옳고 그르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각각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음악 전체가 아닌 밴드에 한정해서 이야기한다면,
밴드가 자신의 음악성의 독립성을 지키고, 스스로 주체로서 음악 활동을 하는 것에는 일본 쪽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 증거가 한국과 일본의 밴드 씬의 규모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인디 때부터 자신들의 팬을 상당한 규모로 만들어온 밴드는 메이저 데뷔 이후에도 사무소 대표보다도 더 강한 결정권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한국이나 일본 모두 최정상급 스타(빅뱅, BTS)가 된 경우에는 다르겠습니다만, 그것은 예외로 하고, 밴드에 한정해서 말씀드린다면, 한국의 사무소는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행사 스케줄에 집중하고, 또 행사를 많이 잡아오는 매니지먼트가 유능한 것으로 인정됩니다.
일본의 사무소는 자신들의 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아티스트의 잠재력을 계발, 발전시키는 프로덕션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먼저 올린 글에 현역 뮤지션분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 내용 중에 ‘한국에서 락밴드로 어느정도 올라가면 방송,음원시장,행사시장등에서 kpop아이돌들과 부디치고 경쟁하고 살아남야 하는데 보통일이 아닙니다 ‘라는 글이 있습니다.
여기에 공연시장, 즉 단독공연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행사 시장’을 공연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이죠.
그러나 행사와 공연은 주최가 다르고, 돈의 흐름이 다릅니다.
일본의 밴드에게 활동하는 씬을 물어본다면 ‘레코딩 음원’과 ‘공연’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다름 점이 한국과 일본 밴드의 모든 차이를 낳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밴드' 활동에 한해서는 일본 쪽에 참고할 내용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을 마지막으로 반복하자면,
그 증거가 한국과 일본의 밴드 씬의 규모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카이브 : https://archive.is/8Lt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