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범
2020.12.06
최근 1년간 일본에서 활동하고 돌아온 우리 나라 인디 밴드 이야기.
엄청나게 긴 글이니 관심있는 분들만 읽어주세요.
밴드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 밴드는 멤버 전원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어 작년에 일본으로 갔고, 1년의 기한을 채운 후 올해 돌아왔습니다.
출국하기 전에 두 어 번 만난 적이 있고, 고별공연도 다녀왔었습니다.
귀국한 후, 밴드의 리더와 한 번 만나자고 했지만, 코로나 등등의 이유로 미뤄지다가 며칠 전 긴 전화 통화를 나누었습니다.
일본으로 가는 우리나라 인디 밴드, 뮤지션에 관해서는 저 나름의 생각이 있긴 하지만, 직접 1년간 체험하고 돌아온 이들의, 밴드 입장에서의 이야기,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사실, 밴드가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에 만났을 때, 저는 여러 가지 우려를 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오랜 밴드 생활로 지쳐 있었던 그들에게 일본행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 음악 활동의 새로운 전기로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의 우려는 잘 전달되지 않았고, 저 역시도 그들의 들뜬 기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멤버들 마음 속에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활동을 앞두고 일말의 불안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보다는 희망과 기대가 더 컸을 터이고, 그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밴드가 일본행, 일본 활동을 결정한 이유는 원래부터 일본 음악, 일본 문화를 좋아하고 있었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음악과 비슷한 음악이 한국에서는 드문데, 일본에서는 꽤 많은 뮤지션, 밴드들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사실 위의 이유에서부터 불안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보다 일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음악,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이 한국에는 씬 자체가 없지만, 일본에는 그 장르, 그런 류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정말 자주 듣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음악씬에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고 말하기 보다는 다양한 장르 마다 굉장히 잘하고 인기 있는 밴드/뮤지션이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장르에는 실력과 재능이 뒤떨어지거나, 인기가 없는 밴드/뮤지션이 훨씬 많습니다.
그 중에는 실력과 재능이 있어 보이지만, 인기가 없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인디 밴드나 뮤지션 누군가가, 한국에는 자신들과 같은 음악을 하는 이들이 없다고 말하거나 한국의 음악 장르가 협소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일단 그들부터 특정 음악을 하고 있으니, 그 장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단, 그들이 인기가 없을 뿐입니다.
일본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존재한다기 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의 뮤지션, 밴드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며, 한국의 밴드나 뮤지션이 한국 음악 씬의 장르가 다양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이미 그들이 장르를 다양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없다, 대중적인 인기가 없다는 현상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 장르, 한국에서는 비주류거나 밴드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기들만 하고 있는 것 같은 장르의 음악은 한국이나 일본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씬에서 자리를 잡고 성공하는 것은 한국, 일본 어디나 더 어렵습니다.
일본에는 그 장르에 성공한, 대중적인 인기를 획득한 이들이 있는 것이고, 한국에는 없다는 것이 차이일 뿐입니다. 오히려 일본에는 그 장르의 성공 모델이 있으므로 경쟁이 더 치열하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재능과 매력을 가진 밴드라면 한국에서의 성공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착각을 합니다.
자신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이유가 활동하는 곳이 한국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 장르의 스타들이 있는 일본에 가면 인기를 얻을 수 있거나, 최소한 한국에서 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0년대 스래쉬 메탈이라는 장르가 이미 있고, 그 장르의 음악을 원하는 팬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몇몇 선구적인 밴드에 이어 소위 4대 밴드라는 메탈리카, 슬레이어, 앤스랙스, 메가데스가 나타났기 때문에 스래쉬 메탈이 인기를 얻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스래쉬 메탈을 하지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사라진 무수히 많은 밴드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거의 모든 장르에 있어서 동일한 현상입니다.
물론 대형 밴드들이 대중화시킨 장르에서 활동하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지 못한 장르보다는 유리할 수도 있으나, 일단 그 장르에서 그 대형밴드는 물론, 그들을 롤모델로 하는 수 많은 밴드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80년대 미국이라고 해서 스래쉬메탈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씬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많은 분들이 잘못 생각하시고 계십니다.
한국에서 재즈가 인기가 없으니, 재즈의 본고장, 재즈 팬들이 많은 미국에서 재즈 음악 활동을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엄청난 수준의 재능이 필요한데, 본고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수준의 재능이라면 굳이 미국에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봅니다.
또한 한국에서 성공한 이후에 미국이나 해외로 가는 것이 본고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인기를 얻지 못한 이들이 미국에서 성공을 한다는 것은 뮤지션들이 꿈꿀 수는 있으나, 망상의 차원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의 다양한 장르에 존재하는 잘하는, 유명 밴드들은 천재에 가까운 재능을 가졌거나, 초인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만든 것입니다.
심지어 해당 장르를 대중에게 알린 밴드들의 히스토리는 말이 안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고난으로 가득합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한국의 밴드 뮤지션이 일본에 진출하는 방법은 거칠게 나누면 3가지가 있습니다.
1) K-POP 한류의 루트를 타는 것
2) 한국에서의 인지도와 지명도를 가지고 진출하는 것
3) 일본의 밴드처럼 인디로 바닥에서부터 활동하는 것
1)은 설명을 생략합니다.
밴드 뮤지션에게는 2)가 그나마 자리를 잡는 데에 가장 유리합니다.
일본의 음악 관계자들 중에서는 한국의 인디씬이나 밴드씬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의외로 해박한 이들이 꽤 있습니다.
저는 한국 밴드 타카피의 ‘Glory Days’를 듣고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는 일본의 음악업계 사람을 알고 있으며, 저희를 통해 내한했던 아이돌 관계자는 NELL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꽤 유명한 밴드의 멤버 중에서도 한국의 밴드를 좋아하며 팬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의 밴드나 인디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들의 눈에 띄려면 일본의 현지 뮤지션도 잘 모르는 일본의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하러 가는 것보다, 홍대의 레이블(해피로봇,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붕가붕가 등등)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합니다.
일본의 많은 관계자나 뮤지션들이 네이버 온 스테이지를 봤거나 보고 있으며(저보다도 훨씬 많이 보고 상세하게 아는 이들이 많음), 일본의 관계자들로부터 소개를 받아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우리나라 뮤지션도 많았습니다.
즉, 일본의 대중은 아니더라도 일본의 관계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면 유리합니다.
3)은 매우 힘들고, 자리를 잡을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지만, 1)과 2)가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시도하거나 계획하는 것입니다.
시도를 한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20대초), 빨리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릴 때 시도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20대후반이나 30대보다는 유리합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밴드의 리더가 일본에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성공 경력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 좋다’
즉, 1)과 2)는 한국인, 즉 외국인이 가질 수 있는 메리트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3)의 경우는 한국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메리트가 사라집니다.
물론, 음악 씬에서 자리를 잡는다거나, 밴드로서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특정 장르의 음악이 좋아서 하는 활동이라면 일본의 환경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즉, 전업 뮤지션이 된다거나, 인지도를 높인다는 것이 아닌, 아마추어로서의 활동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한국과 일본의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문체부, 콘텐츠진흥원, 각 지자체 등의 지원 프로그램이 많은데, 일본에는 그런 것 없습니다. 외국인라서 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 뮤지션들에게도 그런 혜택이나 지원은 없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일본의 환경이 좋다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한 밴드의 리더에게 일본에서 활동하는 동안 좋았던 일을 이야기해달라 했더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가게의 직원 동료들 5-6명이 자신들의 공연에 왔다고 하고, 어떤 관객이 CD를 여러 장 사서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에게 선물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은 일본에서는 아주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즉, 관객/팬이 아티스트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고, 뮤지션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라이브하우스에서 함께 공연한 밴드들과의 뒷풀이에서의 대화.
사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다른 밴드들에게서도 많이 듣던 이야기입니다.
어떤 밴드는 비로소 밴드 활동, 음악 활동의 의미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밴드는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로 활동하기 위해서 일본에 간 것이 아닐 것입니다.
위의 ‘좋았던 일’은 아마추어 밴드로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밴드가 일본에 체류할 당시, 반년이 되기 직전에 몇 번인가 카톡으로 대화한 적이 있습니다.
집과 알바를 구하고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다 보니 너무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고 하는 그에게 막연하게 활동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남은 시간을 쓰라고 제안했습니다.
일본에는 대형 록페스티벌도 있지만, 중소형 페스티벌이 많으니, 작은 페스티벌이라도 나갈 수 있도록 해보는 것, 신규 레코딩 제작은 아니더라도 기존의 CD를 라이선스를 내보고 일본의 시장에 진출하는 것.
밴드 멤버 전원이 1년간 일본에서 체류할 수 있다는 것은 멤버들의 결단이 필요한 흔치 않은 기회이니, 그 기회를 최대한 살려보라는 취지였습니다.
그 분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시길래, 한국에서와 똑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한국에서도 그런 목표를 가지고 실행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해당 레이블(그 밴드와 비슷한 음악을 하는 밴드가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많다고 했으니, 그런 음악을 다루는 레이블)에 접촉하고, 소규모 페스티벌의 주최측과 접촉하라고 했습니다.
음악 관련 매거진이나 매체가 많으니, 잘 선택해서 인터뷰도 하고 기사도 실릴 수 있게 하라고.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음악 사이트, 일본에 널린 음악 매거진을 보면 다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몇몇 사이트와 매거진 이름도 알려 드림)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생활을 위해 알바를 해야 하고, 합주를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고 힘들고 바쁜데, 자신들의 프로필과 음악을 가지고 생면부지의 회사, 관계자와 접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이 밴드를 알 도리가 없습니다.
또한 그 밴드를 도와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먼저 일본에 가서 장기체류하며 현지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한국인들이 라이브하우스 스케줄을 잡아주는 등 공연을 주선했고, 정착에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물론, 초기에 대단히 고마운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분들도 일본의 밴드씬에서 성공은 커녕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분들이고, 그 분들이 레이블이나 페스티벌을 소개할 능력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도움은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도움을 기다리기 전에 직접 해야합니다.
일본의 인디밴드와 마찬가지 상황인 것입니다.
그 밴드는 제가 제안한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 않고,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뭐라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일본에서 체류하는 한국 밴드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목표입니다.
그것도 할 수 없다면, 그 이상의 일은 불가능 합니다.
밴드의 리더가 놀랐던 것은 일본의 모든 밴드들은 무대 위에서는 다른 옷을 입는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평소 옷차림 그대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무대, 작은 공연이라도 철저하고 소중하게 준비하고 임한다는 것이죠.
까칠하게 말씀드리면, 이런 것도 굳이 일본까지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저도 자주 이야기했지만, 홍대의 클럽 관계자분들도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고, 일본에서는 거의 다 그렇게 하니, 실감을 하지 못하셨던 것뿐입니다.
사실, 제가 일본의 뮤지션은 물론, 프로듀서, 레이블, 공연장, 페스티벌, 미디어 관계자를 소개해 드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몇 년 전이라면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추천하고 소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고,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이 그런 것처럼, 일본도 씬 안에는 규모와 실적에 따른 위계가 있으며, 각 단계가 있고, 게이트가 있으며 게이트키퍼가 있습니다.
누구의 추천과 소개로 누구, 어떤 회사와 연결되느냐는 무척 중요하지만, 결국은 밴드, 뮤지션 자신의 재능과 매력, 노력에 달려있습니다.
저는 일본의 유력 관계자나 회사에 소개할 수도 있고, 개인연락처를 줄 수도 있고, 약속을 잡아줄 수도 있고, 공연이나 페스티벌에 초대받게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쿄의 주요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을 한 번 만 해도, 재능과 매력, 잠재력과 스타성을 가진 밴드는 곧바로 반응을 얻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런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이 탁월하고, 실제로 이제는 유명해진 스타 밴드들의 경우, 첫 공연에서부터 씬에 알려지고 소문이 납니다.
그들이 첫 공연에서 10명 이하의 관객만 모으더라도 뛰어나고 재능있는 밴드는 그 라이브하우스의 관계자를 중심으로 레이블, 기획사, 미디어에 알려지고 해당 장르의 팬들에게도 알려집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밴드가 성공하고 많은 관객을 당장 모으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 씬, 관계자들의 관심과 주목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유튜브에서 생전 모르던 아티스트의 음악이나 영상을 보고 바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은 알아봅니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고 직업이니까요.
귀국 직후 밴드는 해산했습니다.
그 때 연락을 했을 때는 음악 활동 자체를 그만두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분들의 일본 체류가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구체적인 성과 목표를 이야기했고, 그와 관련된 결과물은 없는 것 같지만, 멤버 모두가 ‘좋은 체험’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일본에서 체류한 다른 밴드들처럼 밴드를 하는, 음악을 하는 즐거움을 느끼셨을 터이고,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일본 밴드의 현실도 실제로 함께 체감하셨을 것입니다.
주어 듣고 아는 것과 실제로 부딪혀 보고 아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그 분들이 출국하기 전에 일본 밴드의 공연을 많이 볼 것을 강하게 추천했습니다.
라이브하우스의 공연도 좋지만, ZEPP 이상의 규모(2천명)에서의 일본 밴드의 단독 공연, 일본의 라이브씬에서 유명한 밴드들이 출연하는 일본 아티스트만의 페스티벌을, 돈을 아끼지 말고 보시라고 했습니다.
라이브하우스의 공연이나 일반 록페의 공연도 좋고, 뛰어난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지만, ZEPP 이상급의 베뉴(아니면 1천명 규모의 리퀴드룸)에서 행해지는 단독공연은 완전히 다릅니다.
사진을 보고 상상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추측하는 것과 실제 공연은 어마어마하게 다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일본 밴드의 공연을 음향이나 조명 등이 일본만큼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록페스티벌이나 내한공연을 통해 보기 때문에 그들의 진면목을 아는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국내 밴드는 물론 관계자분들도 그런 경험을 한 분들이 적기 때문에 상당한 문화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일부 국내 팬들은 일본에 가서 그런 단독 공연을 본 경험이 있지만, 밴드, 뮤지션의 경우는 오히려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팬보다 음악을 하는 분들이 많이 보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2천명 이상의 전문 공연장에서의 단독공연을 보게 되면, 밴드로서 상당한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밴드가 얼마나 멋있을 수 있는지, 밴드가 얼마나 매혹적이고 대단한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실제로 체감하고 아는 분들은 뮤지션 중에서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을 한 우리나라의 밴드 뮤지션들은 그 곳의 음향에도 놀라며 감탄하곤 하는데, 전문공연장의 음향은 어떻겠습니까?
라이브하우스 사운드에도 감탄하는 분들이, 그런 곳의 사운드를 접하면 엄청난 충격을 받으실 것입니다. 직접 경험한 적이 없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뮤지션분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체류기간의 후반기 동안 공연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그런 기회를 놓치신 것이 아쉽습니다.
라이브하우스에서 잘하는 밴드, 매력 있는 밴드를 얼마든지 볼 수 있고, 실제 그러셨을 테지만, 밴드가 얼마만큼 멋있어 질 수 있는지,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는 실감하시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밴드는 해산했지만, 그 분들이 일본에서 얻은 체험은 무척 소중한 것이고, 그것을 추억으로 돌리지 말고, 중요한 기억으로 여기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 밴드의 매니지먼트도 에이전시도 아니지만, 그분들이 더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었고, 실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솔직히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의 충고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결국 직접 겪어 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고, 말이나 글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 분들의 경험은 일본 진출이나 일본에서의 활동을 생각하는 밴드나 뮤지션분들에게도 좋은 간접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고 팬이 있다는 표면적인 사실만으로 일본 진출을 생각하시기는 마시기 바랍니다. 시도를 한다면, 가능한 어릴 때.
국내에서도 많은 분들이 보신 ‘도쿄 아이돌’이라는 다큐에서 일본에서 아이돌을 자처하는, 지하 하이돌이 10만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돌 활동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제가 아는 한에서 골라봐도 10팀이 되지 않고, 많아야 20 팀 이내일 것입니다.
10만명 중에서, 겨우 10-20개 팀만 자력으로 활동이 가능한 것입니다.
밴드도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도, 인디 밴드, 인디 뮤지션은 알바를 하거나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음악 활동을 합니다. 전업으로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입니다.
일본은 좀더 쉬울 것이라고 착각하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좋은 인연, 좋은 추억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음악 씬에서 자리를 잡고 성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리더분은 귀국 직후에는 밴드를 해산하고 음악 활동 자체를 그만두겠다고 하셨지만, 솔로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힘들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음악 활동을 계속 하는 분들은 음악 활동 그 자체의 즐거움과 충실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고, 음악 활동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분이 앞으로, 즐거운, 행복한 음악 생활을 하시기를 바라며, 일본체류 경험이 그분의 음악 활동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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