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번역)
※ 역주: 케빈 캘리(Kevin Kelly)가 쓴 「1,000 True Fans」를 번역한 것입니다. 유명 블로거들이 자주 인용하는 글이라서 읽어 보았는데 재미있습니다. 페이스북 추천 수와 답글 수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이미 9개 국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어떤 매체로든 창작하는, 혹은 창작에 몰두하고 싶으나 먹고사는 문제로 주저하는 분들이 읽으시고 영감과 의욕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롱테일의 아이러니를 해결하려면?
긴 꼬리(Long Tail) 법칙은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소식입니다. 하나가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소수의 운 좋은 통합 사업자들이고, 다른 하나가 60억 고객들입니다. 저는 이들 두 부류 중 무한한 틈새시장 속에 숨겨진 부로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쪽은 고객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스가야 요시히로, 『롱테일 법칙』
하지만 창작자들에게 긴 꼬리는 축복이자 저주입니다. 개인 예술가, 제작자, 발명가, 창작자는 공식에서 간과되는 사람들입니다. 긴 꼬리는 그들의 판매량을 늘려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과 끝없는 가격 하락을 부추깁니다.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들 작품을 취급하는 대형 통합 사업자가 되지 않는 이상, 부진한 판매량이라는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블록버스터급 대히트를 겨냥하는 것 말고, 예술가들이 긴 꼬리를 탈출할 방법은 없을까요? 한 가지 방법이 골수팬 1,000명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굳이 이런 표현을 쓰지 않고서도 이 방법을 발견한 예술가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공식적으로 정의할 가치가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골수팬 1,000명의 요지를 간단히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예술가, 음악가, 사진사, 공예가, 공연가, 애니메이션 창작자,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작가 등과 같은 창작자 즉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은 골수팬 1,000명만 있으면 먹고 산다.
골수팬이란 당신이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몽땅 사 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200마일을 운전해서 당신 콘서트에 옵니다. 당신 작품을 저해상도 버전으로 이미 갖고 있으면서도 최고급 고해상도 버전이 나오면 또 사들입니다. 당신 이름으로 구글 알리미를 설정합니다. 절판된 당신 책을 파는 이베이 페이지를 책갈피로 저장합니다. 당신이 서명한 책들을 소장합니다. 티셔츠, 머그잔, 모자를 삽니다. 다음 작품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그들이 골수팬입니다.
판매량이 긴 꼬리의 평평한 부분을 벗어나려면 골수팬과 직접 소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미적지근한 팬 1,000명을 골수팬 1,000명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1,000명으로 정말 먹고살 수 있을까
자, 보수적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골수팬 1명이 당신을 후원하는 데 1년에 하루 치 월급을 쓴다고 가정합시다. 여기서 ‘하루 치 월급’은 평균값입니다. 진짜 골수팬이라면 그 이상을 쓸 테니까요. 골수팬 1명이 1년에 쓰는 액수를 100불이라 칩시다. 골수팬이 1,000명이면 1년에 100,000불입니다. 경비를 제하더라도 대다수 사람이 먹고살기에 충분한 돈입니다.
1,000명은 충분히 가능한 숫자입니다. 1,000까지 셀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1명씩만 더하면 3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진정한 팬십이 가능합니다. 팬에게 기쁨을 주는 일은 자신에게도 즐거움과 활기를 안겨 줍니다. 골수팬이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단 골수팬 1,000명과는 언제나 직접 소통해야 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직접 후원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집에서 여는 콘서트에 찾아오고, 당신 웹사이트에서 DVD를 구매하며, 픽토피아(Pictopia)에서 당신 그림을 주문합니다. 그들의 후원을 최대한 확보하십시오. 그들이 보내는 피드백과 사랑도 간과하지 마십시오.
통신 기술과 소량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같은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블로그와 RSS 피드로 새 소식과 공연 일정과 새 작품을 알립니다. 웹사이트에는 지난 작품들, 약력, 필요한 용품 목록을 올려 둡니다. 디스크메이커 (Diskmakers), 블럽(Blurb), 쾌속 조형(Rapid Prototyping) 제작소,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전체 디지털 세상이 모두 공모하여 소량 복제와 보급을 빠르고 싸고 쉽게 만들어 줍니다. 새 작품을 내기 위해 팬 수백만 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1,000명이면 충분합니다.
당신에게 먹고사는 길을 열어 줄 골수팬을 중심으로 그 둘레에는 미적지근한 팬층이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내놓는 모든 것을 사지는 않습니다. 굳이 직접 소통하려 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 작품을 많이 삽니다. 골수팬과 소통하려고 마련한 방법들은 미적지근한 팬층도 키웁니다. 골수팬이 늘어나면 미적지근한 팬은 더 많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계속하면 정말로 수백만 팬이 생겨 히트를 칠지도 모릅니다.
수백만 팬을 갖는 데 관심 없는 창작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의 요지는 히트 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긴 꼬리를 벗어나겠다고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베스트셀러를 목표할 필요는 없습니다. 꼬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래프 중간쯤에 먹고 살기 충분한 지점이 있습니다. 그 중간쯤에 있는 천국이 바로 골수팬 1,000명입니다. 대히트가 아닌, 예술가들이 겨냥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문화에서 출발하는 젊은 예술가들은 스타가 되는 것 이외에도 다른 길이 있습니다. 긴 꼬리를 만든 바로 그 기술로 인하여 가능해진 길입니다.
이성적인 목표
플래티넘 히트작, 블록버스터급 베스트셀러, 유명 인사 지위 등과 같이 극히 어렵고 확률 낮은 꼭대기를 목표하는 대신 골수팬 1,000명과 직접적인 소통을 목표하면 됩니다. 이것이 훨씬 더 이성적인 목표입니다. 갑부는 못 되어도 먹고는 삽니다. 일시적인 유행이나 열병이 아니라 진정한 팬들에게 둘러싸입니다. 게다가 목표에 도달할 확률도 훨씬 더 높습니다.
몇 가지 주의 사항. 직접 소통하는 골수팬 1,000명 공식은 한 사람, 그러니까 솔로 예술가를 위한 공식입니다. 2-4명, 그 이상이면 어떻게 되냐고요? 당연히 팬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필요한 팬 수는 창작자 수에 정비례합니다. 다시 말해 창작자 수가 33% 증가하면 팬도 33% 더 필요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많은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조적이라 하겠습니다.
반면 골수팬 네트워크의 가치는 표준 네트워크 파급효과 규칙을 따른다 해도, 즉 팬 숫자의 제곱으로 증가한다 해도 놀랍지 않습니다. 골수팬이 서로 소통할수록 당신 작품에 쓰는 금액도 흔쾌히 올라갈 테니까요. 정리하면 작품에 참여하는 창작자가 많아지면 필요한 팬 수도 늘어나지만 폭발적인 증가가 아니라 창작자 수에 비례하여 조금씩 증가합니다.
좀 더 중요한 주의 사항. 팬 관리가 적성에 맞지 않는 예술가도 있습니다. 많은 음악가가 그냥 음악만 연주하고 싶어 합니다. 많은 사진작가가 사진만 찍고 싶어 하며, 많은 화가가 그림만 그리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기질적으로 팬, 특히 골수팬과의 소통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이런 창착가들은 중재자, 관리자, 담당자, 대리인, 갤러리 책임자 등 팬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그들 역시 골수팬 1,000명이라는 중간 지점을 목표할 수 있습니다. 단지 듀엣으로 일한다는 차이만 있습니다.
세 번째 주의 사항. 직접적인 팬이 최고입니다. 간접적으로 먹고사는 데 필요한 골수팬 숫자는 무한히는 아니지만 급속히 늘어납니다. 한 예로 블로깅을 보겠습니다. (간혹 블로그에서 기부를 받기도 합니다만) 블로그 팬들은 광고 클릭이라는 형태로 블로거를 후원합니다. 따라서 블로거가 먹고살려면 더 많은 팬이 필요합니다. 즉, 긴 꼬리 곡선에서 목표 지점이 왼쪽으로 이동한다는 뜻입니다. 그래도 블록버스터 영역에는 훨씬 못 미칩니다. 책 출판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출판사와 일하면 골수팬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저자가 팬과 직접 소통하는 정도가 클수록 필요한 팬 수는 줄어듭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필요한 팬 수는 매체에 따라 달라집니다. 화가는 골수팬 500명으로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영화 제작자는 골수팬 5,000명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아마 나라와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으니까요. 일단 해보기로 작정하면 숫자가 나올 겁니다. 바로 그것이 당신에게 필요한 골수팬 수입니다. 제 공식보다 몇 배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더라도 백만 명보다는 훨씬 적을 겁니다.
골수팬 수와 관련한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Suck.com 공동 창립자인 칼 스테드맨(Carl Steadman)은 ‘마이크로-유명인사(micro-celebrities)’에 대한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1,500명에게 유명한 사람을 마이크로-유명인사라 정의합니다. 1,500명이 당신에게 열광한다는 소리입니다. 데니 오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의 바보 같은 온라인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영국 모든 마을마다 1명은 있다. 1년 내내 맥주 마시기에 (혹은 티셔츠를 팔기에) 충분한 숫자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마이크로-유명인사 후원, 마이크로-후원, 혹은 분산 후원이라고 부릅니다. 1999년 존 켈시와 부루스 스키니어는 온라인 저널 《퍼스트 먼데이(First Monday)》지에 여기에 관한 모델을 실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길거리 악사 프로토콜(Street Performer Protocol)’이라고 불렀습니다.
길거리 악사 논리를 이용하여 저자는 책이 출간되기 전에 독자들에게 직접 다가갑니다. 어쩌면 책을 쓰기도 전에 다가갑니다. 저자는 출판사를 건너뛰고 “10만 불을 기부받으면 다음 소설을 시리즈로 내겠습니다.”고 발표합니다. 독자들은 저자의 웹사이트에서 지금까지 기부된 액수를 확인하고 소설 출간이라는 명분에 돈을 기부합니다. 인세를 누가 주든 저자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십시오. 많은 사람이 책을 공짜로 읽게 되리라는 사실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단지 10만 불이 모이기만 기다립니다. 10만 불이 모이면 그는 다음 책을 출간합니다. 여기서 “출간”이란 그냥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제본해서 서점에 배포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책은 공짜로 내놓습니다. 돈을 낸 사람이든 아니든 모두 읽을 수 있습니다.
2004년 작가 로렌스 와트에반스는 이 모델을 이용하여 최신작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골수팬들에게 한 달에 도합 100불만 내라고 청했습니다. 100불을 받으면 다음 장을 내놓았습니다. 책 전체는 골수팬들을 위해 온라인에 올려졌고, 나중에 모든 팬을 위해 지면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는 두 번째 소설도 같은 방식으로 집필합니다.
전통적인 방식, 즉 수천 명의 미적지근한 팬들이 지지하는 출판사로부터 선금을 받는 방식으로도 출판할 예정이므로 당장은 골수팬은 200명 정도로 충분히 꾸려 갑니다. 이 외에도 팬들로부터 직접적인 후원을 받는 작가로는 다이앤 듀안, 샤론 리와 스티브 밀러, 돈 세이커스가 있습니다. 게임 디자이너 그레그 스톨츠도 비슷한 모델을 수용하여 사전에 자금을 조달한 게임 2개를 내놓았습니다. 골수팬 50명이 개발 비용을 후원했습니다.
골수팬 모델은 팬들이 긴 꼬리 끝자락에 있는 예술가를 팬 숫자에 해당하는 지점보다 더 왼쪽으로 옮길 수 있다는 데 그 천재성이 있습니다.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각자가 더 많이 구매합니다. 둘째, 직접 구매하여 창작자에게 더 큰 수익을 안겨 줍니다. 셋째, 새로운 후원 모델을 지지합니다.
골수팬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새로운 후원 모델 중 하나가 마이크로-후원입니다. 또 다른 모델로는 초기 자본 투자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팬들이 다양한 형태로 창작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펀더블(Fundable)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금액을 모금하는 웹사이트입니다. 펀더블은 프로젝트가 반드시 진행되도록 보장합니다. 지정한 금액이 모일 때까지 기부금을 보유하며, 최소 금액에 도달하지 않으면 모두 환불합니다. 다음은 펀더블 사이트에서 발췌한 예제입니다.
20살 클래식 소프라노 가수인 아멜리아는 녹음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그녀의 첫 CD를 예약 판매했습니다. 그녀는 잠재 고객들에게 “만약 400불어치를 미리 주문받으면 저는 녹음실 비용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펀더블의 ‘모 아니면 도’ 모델은 그녀가 목표 금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후원자 누구도 돈을 잃지 않도록 보장합니다. 아멜리아는 $940불어치 앨범을 팔았습니다.
1,000불로는 굶주리는 예술가가 먹고살기는 어렵겠지만 헌신적인 예술가라면 신중한 노력으로 골수팬들과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교습과 음반으로 상당한 팬을 확보한 음악가 질 소블은 골수팬에 의지하여 잘살고 있습니다. 다음 앨범에 필요한 전문 녹음 비용으로 7만 5,000불을 팬들에게서 후원받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5만 불 정도를 모금했습니다. 그녀를 후원하며 팬들은 친밀감을 쌓습니다. 《어소시에이티드 프레스(Associated Press)》 지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부자들은 공짜로 MP3를 내려받을 수 있는 10불 ‘거친 다이아몬드’부터 “오셔서 직접 녹음하신 노래를 제 CD에 넣어드립니다. 노래를 못하셔도 걱정하지 마세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라고 약속하는 1만 불까지 다양한 기부금 수준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5,000불을 내면 그녀가 기부자 집에 가서 콘서트를 열어 준다고 합니다. 기부자가 CD를 미리 받는 수준, 티셔츠나 CD에 ‘주니어 투자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는 수준 등 적은 금액이 더 인기 있습니다.
골수팬에 의존하여 먹고사는 방법 말고 일반적인 방법은 가난입니다. 1995년 연구에 따르면 예술가가 되고자 사람들이 기꺼이 치르는 대가는 큽니다. 사회학자 루스 타우즈는 영국 예술가들을 조사한 결과 그들의 평균 수입이 최저 생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창작자들에게 가난과 스타덤 사이에 중간 지점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엄청난 베스트셀러보다는 낮지만 긴 꼬리 끝자락의 무명보다는 높은 곳 말입니다. 실제로 필요한 팬 숫자는 모르겠습니다만 헌신적인 예술가라면 골수팬 1,000명은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그들로부터 직접적인 후원을 받는다면 정직하게 먹고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길을 가고 있는 창작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원문: Hae-young Lee